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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작업  <DAS KAPITAL RAUM 1970 – 1977>

지난 2016년 7월, 베를린에 위치한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는 <자본: 빚 – 영토 – 유토피아>라는 제목 아래에 고대 유품부터 현대 미술까지 ‘자본’이라는 주제의 맥락에 맞닿아 있는 130여 점의 다양한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작업 <DAS KAPITAL RAUM 1970 – 1977>을 바탕으로 전개되었다. 그의 기념비적인 작업은 그가 1970년대를 관통하여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새롭게 정의를 내린 ‘예술=자본(Kunst=Kapital)”의 개념을 잘 드러낸다. 그의 작업 이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선보여지는지라 전체의 주제와 함께 독일 내에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을 시작으로 불어닥친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와 현재 진행형인 유로존 위기 속에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요셉 보이스가 제시했던 예술과 자본의 관계에 관한 정의의 패러다임이 오늘날에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오늘날 자본의 위치와 그 가치를 추적한다. 본 전시에서는 빚(Schuld), 영토(Territorium), 유토피아(Utopie)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작업들이 구분되어져 전시되었고, 베를린 국립 박물관(Staatliche Museen zu Berlin)과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Hamburger Bahnhof – Museum für Gegenwart)의 소장품을 병치하여 위치시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과거와 오늘날의 자본의 의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빚(Schuld)

전시의 첫 번째 섹션인 ‘빚(Schuld)’ 에서는 금전으로부터 발생하는 부채라는 경제적 현상과 자본의 관계에 주목한다. 17세기 무역업의 활성화로 황금시대(the Golden Age)를 맞이했던 네덜란드의 경제를 단번에 무너뜨린 튤립 파동(tulip mania)부터 2007년 발생한 미국발 경제위기까지 자본 투기로부터 발생하는 부채 현상은 자본주의를 형성하고 유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부채는 자본을 생성하고, 위기를 야기한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고 서로 관계하며 살아왔다.

첫 번째 섹션에서 이러한 맥락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으로는 <Adam and Eve>를 꼽을 수 있다. 15세기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작업 <헨트 제단화(Ghent Altarpiece)>의 전체 22개 판넬 중에서도 상단의 왼쪽과 오른쪽 끝에 있는 아담과 이브 판넬 부분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여졌는데, 신의 창조물이자 최초의 인간을 대표하는 아담과 이브와 그 위에 재물을 빼앗고 이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의 죄악을 표현하고 있는 그림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자본과 채무의 관계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인간 사이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관계의 끝에 결국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통해서 자본과 채무의 굴레 속에서 잃어가는 인간의 순수함과 자본에 굴복하여 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나약함을 나타내는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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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 위에 그려져 있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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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을 빼앗고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의 죄악을 표현하고 있다

앞선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작업이 자본으로부터 생성된 인간 태초의 사회경제적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면, 첫 번째 섹션 끝에 자리한 안드레아스 구어스키(Andreas Gursky)의 작업 <Singapore Stock Exchange I(1997)>은 태초부터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자본의 오늘날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으로 기능하는 증권 거래소(Stock Exchange)가 작업에서 보인다. 작업에는 뉴욕, 홍콩, 쿠웨이트에 있는 세계 증권 거래소의 모습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디지털 이미지로서 결합하고, 세부사항을 제거해가면서 이미지를 조작한다. 또한, 작가는 조작된 이미지의 색상과 채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서 디지털 작업으로서의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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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구어스키(Andreas Gursky)의 작업 <Singapore Stock Exchange I(1997)>

일반적으로 그의 작업은 작업 방식과 매체적 특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속에 담긴 이미지의 내용에 더욱 주목한다. 새로운 차원의 공간에서 오직 수치로 표시되는 오늘날 자본의 모습을 선보임과 동시에 자본 투기로부터 빚어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된 무대인 증권 거래소(Stock Exchange)에서 비시각적으로 존재하는 국가와 국가, 국가와 기업, 기업과 개인 사이의 부채 관계와 이로부터 출현하게 될 위기들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이처럼 첫 번째 섹션에서 인류 역사의 태초부터 오늘날 현대 사회까지, 오랜 기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자본과 부채의 관계를 다양한 작업을 통해서 여실히 보여준다.

영토(Territorium)

이어지는 두 번째 섹션인 ‘영토(Territorium)’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개념 아래에서 더 이상 순전히 지형적인 요소로 존재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영토 혹은 지형에 주목한다. 근대 초기에 행해진 대항해 이후에 자본의 팽창은 영토를 지리적 개념이 아닌 경제적·정치적 개념의 단위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자본은 영토를 이익 창출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으로 경계 지었고, 이는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국가, 종교, 정치적 갈등의 토대로 작용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자본으로부터 구분되어 존재하는 근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영토(Territorium)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러 장르의 작업들이 혼재되어 전시장에 설치되어있지만, 그중에서도 알란 세쿨라(Allan Sekula)와 노엘 버치(Noël Burch)가 함께 작업한 다큐멘터리 영상 <잊혀진 공간(The Forgotten Space)>이 눈에 띈다. 베를린에서의 전시에 앞서 <잊혀진 공간(The Forgotten Space)>은 지난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전체 작업의 길이가 112분에 달하는데, 영화 에세이와 영화 시의 형식을 함께 엮었기에 112분이 마냥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화, 신자유주의 그리고 보이지 않는 노동의 맥락에서 동시대 해양 세계의 모습을 살펴보는 이 작업은 바다(Sea)를 모든 토지와 공간을 연결하는 유동적 영토로 해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다는 자본의 정치·경제적 요소가 짙게 깔려있지만, 쉽사리 인식되지 않는 제3의 영토로서 오늘날 기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다라는 영토에 집중하고 있는 위의 작업과는 대조적으로 멜라니 스미스(Melanie Smith)의 영상 작업 <포드란디아(Fordlandia)>은 대륙(Land)이라는 영토가 오늘날 자본에 의해서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포드란디아(Fordlandia)는 ‘포드의 땅’이라는 뜻으로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 모터 컴퍼니(Ford Motor Company)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Henry Ford)가 1920년 브라질 아마존에 세운 대규모 고무 농장을 일컫는다. 포드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타이어가 반드시 필요했는데, 당시에는 주로 천연고무를 이용해서 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천연고무의 가격은 구대륙인 유럽에서 독점을 하고 있었기에 비싼 값을 주고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불편하게 여기던 그는 아마존의 거대 산림(약, 14,000 평방 킬로미터)을 불태우고 직접 고무농장을 건설하였다. 하지만 고무농장 건설 이후에 원주민 노동자들과의 지속적인 갈등과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로 문을 닫아야 했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낡고 버려진 건물뿐이다. 작가의 영상 작업에서는 버려진 건물의 오늘날 모습과 함께 바닥에 죽은 벌레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자본에 의해 혹은 자본을 위해 기존의 자연을 파괴하고 새로운 경제적 영토를 건립하는 인간의 욕심의 끝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무(無)의 영토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토피아 (Utopie)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유토피아(Utopie)’에서는 자본을 통해서 유토피아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이로부터 파생된 위기 속에서 유토피아가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의 배경에는 이번 전시의 큰 바탕인 요셉 보이스(Joseph Beuyes)의 작업이 있다. 그는 ‘예술=자본(Kunst=Kapital)’이라는 정의를 통해 자본 그 자체가 상당한 유토피아의 잠재력을 지녔고, 이러한 잠재력이 바로 예술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마지막 섹션에서 보이는 모든 작업들이 요셉 보이스가 내린 정의와 그가 답변한 내용과 같은 맥락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봤던 멜라니 스미스의 작업은 ‘유토피아(Utopie)’의 맥락에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녀는 작업을 통해서 ‘자본 그 자체가 유토피아의 잠재력을 지녔다’는 요셉 보이스의 답변과는 매우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당시 미국식 대량 생산 공장을 생각했던 포드는 아마존의 지리적, 생태적 환경을 파악하지 않고 고무나무를 심었다. ‘생산’만을 위해서 심었던 고무나무는 금방 병들거나 죽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아마존 원림을 불태워 다시금 고무농장을 세웠는데, 인공 고무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천연고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포드가 꿈꾸던 유토피아인 ‘포드란디아(Fordlandia)’는 무너졌고, 고무농장은 폐허로 남아있다. 작가는 영상 중간중간에 무너져버린 포드란디아의 오늘날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유토피아의 잠재력을 지녔지만, 자칫하면 디스토피아로 전락해버리는 자본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요셉 보이스와 함께 플럭서스(Fluxus) 멤버로 활동했던 백남준(Nam June Paik) 작가의 작업 <Zen for TV>에서는 서구 기술의 상징인 텔레비전이 등장한다. 옆으로 눕혀진 텔레비전과 화면 속에 하나의 수직선이 있다. 작가는 텔레비전 속에 담긴 영상 이미지를 하나의 수직선으로 축소시켰는데,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서구의 기술과 동양의 철학적 정신의 만남으로 해석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텔레비전이라는 기계를 단순히 서구의 기술로 보지 않고, 더 넓은 의미로서 자본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즉, 그의 작업은 자본 안에서 새로운 창의적 가치가 구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작업은 자본이 유토피아로서의 잠재력을 지녔고, 이 잠재력은 곧 예술이라고 정의 내린 요셉 보이스와 그 뜻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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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작가의 작업 <Zen for TV>


이처럼 세 번째 섹션에는 자본이 지닌 유토피아로서의 잠재력에 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이 선보여진다. 이들의 작업들을 하나씩 보며 마지막에 다다른 곳에는 이번 전시의 바탕이 되는 요셉 보이스(Josep Beuys)의 작업 
이 전시되어있다.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작업한 그의 작품은 피아노, 영사기, 칠판, 사다리를 비롯한 다양한 오브제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이 작업 속에서 요셉 보이스는 ‘자본은 돈이나 재산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력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의 창의력(creativity)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로 대표된다. 따라서 그는 자본과 예술(인간의 창의력)은 같고, 창의력은 인간의 능력임과 동시에 자유에 관한 개념임을 함께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본(=예술)을 통해서 우리는 유토피아를 기대할 수 있고, 유토피아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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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보이스의 작업 <DAS KAPITAL RAUM 1970 – 1977>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태초부터 오늘날 현대사회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본(Kapital)의 다양한 모습을 조망한다.  빚, 영토, 유토피아의 세 가지 관점에서 자본이 어떻게 해석되고 담론화 될 수 있는지를 고대 유물을 비롯한 동시대 미술 작업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그리스·스페인의 국가 부채 위기로부터 유로존 전체 경제의 위기로 까지 이어진 오늘날의 유럽에서 통시적으로 살펴본 자본의 다양한 형태와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의 중요성과 그 시의성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본 원고는 미술세계 테스트 용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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